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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92. 일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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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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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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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4

  인간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 중 하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일이 없다면 삶은 유지될 수 없고 이내 활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일은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이라는 것이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선이라는 공통된 목적이 있습니다. 일이 이 보편적 목적 안에서 이루어질 때 진정 개인과 공동체에 이바지하게 됩니다. 만일 공동의 선익이 고려되지 않고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이기적으로 흘러버리게 될 것입니다. 


  공동선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일은 고귀한 가치를 지닙니다. 거기에는 귀하고 천함도, 높고 낮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의 가치는 그 일의 종류와 성격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는 목적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인간적으로 아주 하찮아 보이는 일도 그 지향에 따라 그 어떤 일보다도 더 고귀한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고상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별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기준은 바로 사랑에서 추동된 공동선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 하나로 모았습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행해지는 일이 사랑에 바탕을 둔 공동선을 지향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한 일은 공동체를 키우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가정이든 본당이든 수도원이든 공동체에 대한 봉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공동체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할 때 비교를 통한 우열을 따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과 소신 있게 일하는 사람이 아쉬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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