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91. 이성과 감성
사람에 따라 이성적 유형과 감성적 유형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매우 이성적이라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처럼 차갑게 느껴집니다. 반면 어떤 이는 감성이 너무 풍부하여 약간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냉철한 사고와 판단이 부족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두 유형에서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가 그만큼 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 이 둘은 함께 가야 하는 필연적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에게 이성과 감성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100%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인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발달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이성과 감성이 있습니다. 이성 없는 감성은 그 진행 방향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감성 없는 이성 역시 생기 없이 메마른 나무처럼 될 수 있습니다. 감성은 이성으로 제어될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성은 감성으로 생명력을 부여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성과 감성은 서로 보완되고 조화되어야 합니다.
신앙의 경우에서도 우리는 이성적 신앙과 감성적 신앙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성적 신앙의 소유자는 길을 벗어날 염려는 적지만, 이성의 잣대로만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려 하기에 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그 이면의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한편 감성적 신앙의 소유자는 이성을 뛰어넘는 것을 직관하고 느낄 수 있지만, 쉽게 오류로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릇된 진리와 교설에 현혹되어 사이비 종교나 이단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짝지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늘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한편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감성이 부족하고 이성이 강해 늘 사물을 봐도 분석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제 안에도 감성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성의 방문만을 열어놓고 감성의 방문에는 빗장을 잠가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 빗장을 열고 이성으로 인해 메마르고 차가워진 제 마음과 영혼을 감성으로 따뜻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성은 우리가 가는 길의 올바른 지표를 제시해 주고, 감성은 그 길을 풍요롭고 생기 넘치게 해줄 것입니다. 우리가 이성에 치우쳐 있다면 감성의 문을 열고, 감성에 기울어 있다면 이성의 문에 있는 빗장을 풀어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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