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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87. 부양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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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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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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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9

  2010년 10월 6일, 화순 공동체에 새 식구가 생겨났습니다. 그해 2월, 생후 3개월 만에 저희 공동체에 전입신고를 했던 개구쟁이 무등이가 대여섯 마리도 아닌 열 마리의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이로써 개구쟁이에서 슬하에 많은 새끼를 둔 의젓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저 기특할 뿐이었습니다.


  새끼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생존경쟁에서 처진 한 마리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고 2주가 좀 지나 또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다행히 나머지 여덟 마리는 살아남았습니다. 당시 새끼들 모두 개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지들끼리 얽히고설켜서 잠을 자거나 엄마가 들어가면 서로 젖을 먹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아주 재밌었습니다.


  그 후 눈을 뜬 새끼들은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미 무등이 덕분에 화순 공동체는 걱정 아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부양가족이 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저희 식구가 모두 다섯이었는데, 이제 강아지들까지 하면 열세 식구가 되는 셈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많은 식구를 부양하려면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뛰어야 할 것 같아 은근 걱정이 앞섰습니다. 


  무등이는 출산 후 특별대우를 받았습니다. 산모라서 아가들에게 젖을 먹여야 했기에 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고 평소에 저희도 잘 못 먹는 특식(?)도 챙겨 먹었습니다. 소위 ‘사람 팔자 개 팔자만 못하다’란 말이 떠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들을 선물해 주어서 고맙고 기특하니 그 정도 대우는 마땅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 후 무등이는 기운이 없어 그런지 얼마간 밥도 잘 안 먹고 사람을 봐도 반응 없이 무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챙기는 모습을 보고서 모성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성애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끼들을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어미의 헌신적 사랑은 분명 하느님 사랑의 표지일 것입니다. 이런 사랑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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