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86. 유토피아
“우리는 모두 각자 갈망하는 바가 다르다. 갈망하는 대상은 각자에게 부족한, 결핍된 어떤 것이다. 따라서 유토피아란 각자에게 부족한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어떤 책을 읽다가 접한 구절입니다. 깊이 공감하는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러한 갈망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도 그렇듯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각자가 갈망하는 바가 달라서 지향하는 이상도 다를 것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상, 사회에 대한 이상, 가정생활에 대한 이상, 배우자에 대한 이상 등등. 같은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서로 다르니 늘 갈등과 대립이 끊이질 않고, 엇박자와 동상이몽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수도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사부를 모시고 같은 영성의 기치 아래 한 데 모여 살지만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살 수 있습니다. 각자 자기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 갈망에 따라 만들어 낸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쁨과 평화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상은 자신의 유토피아일 뿐입니다. 거짓 자아가 만들어 낸 에고의 투영일 수 있습니다.
에고의 놀음에 놀아나서는 안 됩니다. 거짓 자아가 갈망하는 이상, 에고가 만들어 낸 유토피아를 동경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에게 공통된 참된 유토피아를 찾아야 합니다. 에고의 투영인 거짓 유토피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존재와 우리 삶의 공통분모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 곧 진․선․미가 아니겠습니까? 진리 자체이시고 선 자체이시며 아름다움 자체이신 분을 갈망해야 할 것입니다. 이 갈망이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천국일 것입니다. 천국이란 우리의 부족이 채워지는 곳, 우리의 갈망이 실현되는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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