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69. 두 가지 현존법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일찍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임금이 아주 악하면, 신하들이 그를 경멸할 것이다. 임금이 좀 나은 사람이면 신하들은 그를 두려워할 것이다. 임금이 좋은 사람이면 신하들은 그를 칭찬할 것이다. 임금이 정말 좋은 사람이면 신하들은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노자의 이 비유에서 여러 유형의 임금 중 처음과 끝은 폭군과 성군입니다. 폭군일수록 권력으로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만 오히려 경멸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성군일수록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존경을 산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폭군과 성군으로 대표되는 두 가지 현존법을 보게 됩니다. 즉, ‘있는 듯 없기’와 ‘없는 듯 있기’입니다.
20대 초반, 친구들은 저를 두고 ‘없는 듯 있기’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했습니다. 친구들 안에서나 어떤 단체에서나 제가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저는 너무도 내성적이어서 유달리 수줍음과 부끄럼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도 학급회의 때 발표하거나 친구들 간에도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제가 남 앞에 부각되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한 마디로 자기 표현에 상당히 서툴고 군중 속에 조용히 묻혀 있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런 제게 붙여진 ‘없는 듯 있기’라는 별명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제껏 살아오면서 목청 높이지 않고도 사람들과 큰 마찰 없이 비교적 잘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 현존법도 있는데, 곧 ‘있는 듯 없기’입니다. 소위 ‘완장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특징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만 데 휘젓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없습니다. ‘없는 듯 있기’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마음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없는 듯 있기’와 ‘있는 듯 없기’, 이 두 현존법 중 여러분은 어느 것을 택하겠습니까?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