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자료실

왜관성당 영성관련 게시물과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영성자료실

단상67. 기도의 노고2

profile_image
허무
|
2026.05.27 07:52
|
조회 219

  제가 미국 사막수도원에 있을 때 기도도 일종의 수행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수도원에서 적응된 생활리듬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사막수도원의 생활리듬은 사실상 초심자로 시작하고자 마음먹었던 제게는 그리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된 일과는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막수도원의 일과에서 기도생활은 베네딕도 규칙에 나오는 대로 하루 일곱 번의 공동기도(밤기도, 아침기도,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 저녁기도, 끝기도)와 미사, 개인묵상과 공동묵상, 그리고 성독聖讀(lectio divina)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볼 때는 여타 베네딕도회 공동체와 큰 차이가 없지만, 기도의 내용과 길이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공동기도를 위해 베네딕도 규칙의 권고대로 한 주간에 시편 150편을 바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베네딕도 공동체는 150편의 시편을 두 주간 혹은 네 주간에 나누어 바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분량과 시간이 짐작이 갈 것입니다. 


  보통 평일 밤기도에 규칙에서 말하는 대로 12편의 시편과 긴 독서 2개를 바치고 주일과 대축일에는 분량이 더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평일 밤기도는 보통 1시간, 주일과 대축일 밤기도는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아침기도에는 보통 7편의 시편을 바치고 다른 시간경들에도 더 많은 시편을 바칩니다. 하루 대개 대여섯 시간이 기도에 할애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깨어 있지 않으면 그 단조로움과 지루함, 피곤함 등으로 인해 자칫 타성에 젖거나 졸음에 빠질 수 있습니다. 기도의 양과 길이가 질로, 즉 내면화되지 못하게 됩니다. 저 역시 습관적으로 이런 타성에 젖어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일종의 수행이자 노고임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이루어지는 인격적 나눔, 곧 대화입니다. 이 대화의 주도권은 하느님께 있지만, 우리가 깨어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려 하지 않는 한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신앙과 인내로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이 있을 때 하느님과 깊은 대화를 이어갈 것입니다.   


83063707ff1faffee0d8dc10ce09f866_1779835937_5116.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