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64. 일상
‘일상’, 하면 흔히 변화 없는 단조로운 생활이 떠올려집니다. 변화를 좋아하고 뭔가 흥미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일상은 따분함의 대명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이 바로 보화 자체입니다. 그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단조로움 속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벤트성 흥밋거리나 재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삶에 변화를 주고 그로써 따분함을 피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서는 안 됩니다. 삶은 이벤트가 아니라 부단한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등산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은 관상생활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관상생활은 단조로움을 이기는 삶이다.” 그렇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견디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묻혀 있는 무궁무진한 보화를 발견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찌 보면 수도생활은 일상을 사는 삶입니다. 결코 이벤트가 아닙니다. 수도자들 안에서도 일상의 단조로움을 못 버티고 일상을 따분하게 느껴 계속해서 뭔가 새롭고 흥미를 주는 이벤트를 찾는 모습을 흔치 않게 목격합니다.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건 분명 올바른 방향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수도자는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 안에서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고 거기서 참된 보화를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영성생활은 바로 단조로운 일상과도 같습니다. 우직한 성실함과 인내가 없다면 도저히 마칠 수 없는 여정입니다. 일상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지혜가 있는 이는 참으로 복된 자일 것입니다.
* 왜관수도원 화재(2007년) 전 옛 팔각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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