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자료실

왜관성당 영성관련 게시물과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영성자료실

단상61. 물의 지혜

profile_image
허무
|
2026.05.13 08:24
|
조회 235

물의 지혜


가끔 물을 생각합니다.

형체도 색깔도 없는 물을 생각합니다.


생명이 있는 어디든

물도 함께 합니다.

물 없이 생명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은 모든 곳에 담길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릇, 큰 그릇, 네모난 그릇, 둥근 그릇

그 어떤 틀에도 구속되지 않습니다.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은 온갖 색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은 검게, 빨간색은 빨갛게

파란색은 파랗게, 노란색은 노랗게

색깔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은 자기가 없으면서 존재합니다.

어떤 틀과 색깔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물은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수용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결코 자기를 잃는 일이 없습니다.


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결코 위를 향하지 않습니다.

물은 가는 곳마다 생명을 움트게 하고

모든 더러움을 정화합니다.


물은 무아유존無我有存의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없어짐으로써 존재하고

내려감으로써 올라가고

그 어떤 장소나 환경에도 적응하고

그 누구와도 어우러질 수 있는

하지만 절대 자기 본질과 중심을 잃지 않는 지혜입니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도를 물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물의 교훈은 수행의 정도를 가늠하게 합니다.

수행의 완성은 바로 물의 경지가 아닐까 합니다. 

이 경지는 자기가 죽을 때 비로소 도달 가능할 것입니다.


  이 글은 2007년 2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미국 뉴맥시코주 '사막의 그리스도 수도원'에서 또 다른 형태의 베네딕도회 수도생활 경험을 마치면서 썼던 글로, 제 나름의 깨달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수도원이 위치한 챠마 캐년(Chama Caynon).


40c283459e991d5f79bd53c5bb0932d9_1778628148_8826.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