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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60. 시간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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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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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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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2

  병오년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의 진행속도가 빠르게 느껴집니다. 시간은 늘 과속처럼 보이지만 아무에게도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이지 않으니 불공평하단 생각마저 듭니다. 그렇다고 시간에게 천천히 가 달라고 사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자기는 항상 규정 속도로 가고 있다고 변명할 것이 뻔합니다. 시간은 우리의 아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누가 뭐래도 자기 길을 꾸준히 갈 것입니다. 기다려 주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려가는 야속한 시간을 멀찍이 바라보며 시간이 남기고 간 만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질주하는 동안 우리는 크고 작은 만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생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인연을 맺게 되고 성장과 퇴보를 거듭합니다. 그만큼 만남은 우리 삶을 좌우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만남도 다 소중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만남이란 하나의 사건, 아니 멋진 일입니다. 만남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같은 무게를 지니지는 않습니다.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만남도 있습니다. 만남이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때론 나쁜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스갯소리로 “저와의 만남이 악연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나란 존재가 상대방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고 오히려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누군가가 나와 인연을 맺어 불행해진다면 이보다 더 애석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질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시간을 쫓으며 스쳐 지나간 또 때론 잠시 머물렀던 만남들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문해 봅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좋은 만남은 분명 행운입니다. 하지만 행운은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만일 주어진다 해도 잘못하면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지 그것을 잘 가꾸어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 해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시간이 남기고 간 우리의 만남, 특별히 예수님과의 만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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