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일상의 변화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한국 베네딕도 협의회"에서 매년 발행하는 년간지 [코이노니아] 46집(2021) 7-19쪽에 "코로나19와 일상의 변화"란 주제로 썼던 글입니다. 지긋지긋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성찰해 보았던 글입니다. 지금은 다 지나갔지만, 그 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유합니다.
---------------------------------------------------------
코로나19와 일상의 변화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들어가며
작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 놓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일명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하였고 우리 삶의 모습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제 이 모든 변화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가고 있는 듯하다. 신앙생활과 수도생활도 이런 변화의 파고를 빗겨갈 수 없었다. 유사이래 최초로 성당 문이 닫히고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미사라는 것도 경험했으며, 신앙과 봉사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수도원들도 정문을 폐쇄하고 피정객과 일반 방문객을 받지 않았고, 신자들 없는 미사전례와 시간전례를 경험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고 다시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바람과는 달리 코로나 사태는 적어도 2-3년은 지속될 것이고, 앞으로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사이 코로나 시대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성찰과 전망을 담은 글이나 책도 여럿 출판되었다. 이 변화와 위기의 시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앞으로 우리 삶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 『코이노니아』 특집 주제를 “코로나19와 베네딕도회 삶”으로 정한 것도 코로나 시대에 우리 베네딕도회 삶의 변화와 전망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우리 삶의 네 가지 측면(전례적 측면, 공동생활 측면, 일과 활동 측면, 손님 환대 측면)에서 살펴보게 될 것이다. 특집의 서론겪인 이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일상의 변화를 두 측면(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으로 살펴본 후 코로나 시대의 메시지에 대한 필자의 짧은 견해를 나누고자 한다.
부정적인 측면
코로나19는 우리 인류에게 큰 위기로 다가왔다. 어찌 보면 이 위기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부른 예견된 재앙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분별한 계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로 자연을 훼손하여 생태환경을 파괴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인류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우리 일상을 바꿔놓았고 삶에 소중한 것들을 앗아갔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의 부정적인 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는 늘 마스크를 써야하는 불편함을 견뎌야 했다. 마스크 착용은 확실히 숨 쉬기를 불편하게 하고 대화나 노래하기도 어렵게 하며 서로를 알아보기도 힘들게 한다.
둘째, 거리두기의 강조와 생활화로 이제 경제, 교육, 종교,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이 대면(contact)에서 비대면(untact)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의 생활공간이 온라인, 디지털 플렛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강조는 자연히 대면을 통한 인격적 만남과 관계의 약화를 가져왔다.
셋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에 대한 경계심과 적개심이 늘어났다. 거리나 식당, 카페, 대중교통 수단 등 공동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거리두기 같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를 이상한 눈초리로 경계하고 적대하는 것이 점차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와 심지어 근접 접촉자나 완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사회적 편견이 심해지고 있다.
넷째, 이동 제한과 자제로 외출, 여행, 여가 활동 등 통상적 일상 활동이 제약을 받아 생산 및 소비, 수출입,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위축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의 위험을 느끼고,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빈곤층, 소외계층 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존의 위협마저 받고 있다.
다섯째, 종교 활동의 제약과 문화예술 활동의 위축은 신앙의 약화와 정서적 빈곤을 초래하였다. 실제 적은 않은 이가 우울증이나 불안감, 공항장애 등으로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를 안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섯째, 코로나19 확진으로 사망한 가족의 장례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또한 확진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가족이나 직장 동료, 또 그를 만났던 주변인들, 곧 밀접 접촉자들도 코로나 검사와 자가 격리 등 여러모로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일상의 부정적 측면을 나열하자면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과 여러 부정적 변화는 우리를 지치고 우울하게 하고, 슬프고 좌절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변화의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첫째, 코로나19는 정신없이 직진하던 우리에게 정지와 멈춤의 시간,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이러한 시간은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 우리 자신과 삶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게 하였다. 참된 행복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그 방향은 올바른지에 대해 근본적 성찰을 하게 하였다.
둘째, 정지와 멈춤, 고독과 침묵의 시간은 또한 우리 이웃과 자연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외부활동이 줄어들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가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특히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자녀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배우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공동체 결속의 기회가 되었다. 또 자연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 공생의 대상으로 자각하게 되었다. 칼럼니스트 홍기빈은 “바이러스는 미물이지만, 우리에게 인간과 이웃과 자연히 함께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 그걸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하고 연대감을 강화하는 기회를 주었다. 이 작은 미생물은 인간이 이루어왔고 앞으로도 이루려하는 모든 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이며,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해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기존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인간은 그 앞에서 참으로 무력감을 경험하였다. 동시에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 보게 된 자발적 봉사와 영웅적 헌신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연대감을 강화시켜 주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인간의 한계와 연대성을 일깨워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부자건 가난한 이건 모두가 나약한 존재일 뿐이고 모두 한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넷째, 인간의 활동이 줄어드니 소비가 줄고 자연과 동물이 살아났다. 환경과 생태계가 균형을 잡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매연과 공기 오염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과거의 향수로만 남아 있었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바이러스에 맞선 세 가지 종류의 백신, 곧 화학백신, 행동백신, 생태백신을 이야기 한다. 화학백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화학약품을 뜻하고, 행동백신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이 바이러스가 옮겨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생태백신은 근본적으로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고,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섯째, 코로나19로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이 무너지다 보니,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은 어떤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것에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의 메시지
우리에게 친숙한 코로나 시대의 3대 방역수칙은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손 씻기다. 처음에는 너무도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이 세 가지 방역수칙은 흥미롭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다.
1. 마스크 쓰기: ‘침묵하라!’
코로나19로 우리는 뜻하지 않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히 입을 다물고 얼굴을 가리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김흥숙 작가는 흥미로운 성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라 합니다. 온갖 부끄러움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무지와 무식을 모르고 너무 크고 단호하게 떠들었습니다.…지금이라도 입 다물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는 말이 점차 기형화되고 소음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시대에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싹과도 같은 사유가 실종되었다고 한탄한다. 이때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마스크를 씌워 말 아닌 말을 못하게 했고, 말을 그치고 소음 너머를, 눈앞에 보이는 것들 너머를 보라고 한다는 그의 말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마스크를 쓰라는 것은 우리에게 침묵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공허하고 무익한 말, 막말과 거짓말,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타인의 말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초대와도 같다. 또한 얼굴을 가리는 것은 감추어짐의 미덕을 가르쳐준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나대며 자신을 드러내려는 허영심에서 벗어나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그분 뒤로 감추어지라는 초대인 셈이다. 부끄러움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수오지심羞惡之心을 회복하고, 침묵 중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성찰하고 늘 그리스도 뒤로 감추어지라는 말이리라!
2. 거리두기: ‘고독하라!’
인간관계에서 서로 거리를 좁히고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거리두기나 비대면을 요구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여전히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영어 속담이 있지만, 인간관계는 물리적 거리나 만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자주 만나고 가까이 있다고 해도, 마음은 멀리 있을 수 있다. 마음이 없는, 깊이 없는 만남과 관계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김흥숙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맥 관리’하지 말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으라고 ‘사회적 거리’를 강요합니다.…코로나19는 외로움은 본디 인간의 조건이니 홀로 이겨내라고, 회당에서의 집단 아우성을 멈추고 홀로 기도하라고 요구합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오히려 마음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며, 참된 인간관계로 나아가는 준비가 될 수 있다. ‘거리두기’는 고독의 시간을 보내라는 메시지와도 같다. ‘함께’의 시간에서 ‘홀로’의 시간을 통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이런 고독의 시간이 힘들 수도 있지만,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며, 이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있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손 씻기: ‘회개하라!’
코로나 시대에 일상화된 세 번째 행동수칙은 ‘손 씻기’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으라고 권고한다. 이를 빗대어 상징적으로 성찰한 내용들이 흥미롭다. 먼저 김흥숙 작가의 성찰을 들어보자.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이제 그만 ‘손 씻으라’고 강권합니다.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 ‘손을 씻는 것’은 그가 하던 나쁜 일을 그만둔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누로 손을 씻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다르게 살아야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공유된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의 성찰도 의미심장하다.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입니다. 악한 행실과 죄에서 돌이켜 회개하고 성결하라는 말입니다. 안과 밖이 깨끗하여야 자신도 살고 남도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음의 거울을 닦아야 자신이 보이고, 마음의 창을 닦아야 이웃도 보일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과거의 악행과 악습에서 손을 씻으라고, 그릇된 삶을 멈추고 덕과 선행의 삶으로 돌아서라고 권고한다. 더럽고 사악한 마음을 씻고 깨끗하고 선한 마음을 회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손 씻기’는 회개하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의 메시지는 한 마디로 우리에게 고독과 침묵의 시간, 성찰의 시간, 회개의 시간을 살라는 초대다. 고독과 침묵 중에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과 자신의 삶, 이웃과 자연과의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여 관계를 새롭게 하고 우리 삶의 방향을 재정향하라는 것이리라! 이것이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나오며
교황 프란치스코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희망에 관한 책, 『친교와 희망』Comunion and Hope 서문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재앙 속에서 희망과 연대를 재발견하도록 모두에게 권고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은 분명 우리 인류에게 시련과 위기지만, 우리 삶을 하느님께 재정향하는 기회를 주고 우리에게 근본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팬데믹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이 모든 시련과 위기를 극복할 힘은 ‘부활신앙’과 ‘주님 현존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즉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셨으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말씀과 성찬례 안에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이다. 여기서 희망과 용기가 나온다. 그리고 주님께 대한 사랑은 우리를 다른 이들과의 연대와 봉사로 이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감염’을 촉구하며 우리 모두를 연대와 봉사로 초대한다. 이 어려운 시련과 위기의 시기에 우리가 진정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사랑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겠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지치고 어려운 시기지만, 이 위기를 두려움에서 용기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이기심과 탐욕에서 연대와 나눔으로, 대립에서 상생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어 가기를 바래본다. 우리 모두 힘내어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