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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27.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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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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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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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4

  외람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별세하신 저희 어머님의 경우를 떠올리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랜 지병을 앓아 오신 어머님께서 늘 하시던 기도가 있었습니다. “주님, 우리 막내 사제서품 받을 때까지만 건강주십시오!” 어머님은 제가 사제서품 받을 때까지 그 아프신 몸에도 불구하고 기도와 희생을 바치셨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궤도수정을 하여 중도탈락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시며 늘 주님께 매달리시며 이 부족한 자식을 위해 상상하기조차 힘든 그 온갖 고통을 희생으로 바치셨습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받던 날 어머님은 그 불편하신 몸에도 불구하고 수도원에 오셔서 전혀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사제서품 이후 어머님의 지병은 점점 더 악화했습니다. 이제 목표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님을 찾아뵐 때마다 새로운 목표를 갖으시도록 이런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어머님, 이제부터는 저희 수도자 자녀들이 참된 수도자로 살아가도록 기도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오래 사셔야 합니다.” 


  누구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리게 되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걱정거리를 가끔 제공하는 것도 애덕(?)의 한 방편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생하던 시절에는 근심걱정 속에서도 삶에 목표도 있고 의미도 있었지만, 고생이 끝나게 되면 목표와 의미를 잃게 되는 경우를 흔치 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아마도 평화라는 것은 아무 걱정거리도 없는 상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삶이 무료해지고 목표를 잃은 것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렇다면 요르단강을 건너가야 할 것입니다. 


  살다 보면 불필요한 걱정거리도 있지만 필요한 걱정거리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을 쳐지게 하지 않고 늘 긴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걱정거리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삶의 목표와 의미는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걱정하고 슬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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