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36. 멧돼지 사냥
제가 수련원을 맡은 해는 2001년이었습니다. 수련기 일 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에 공동산보를 나갑니다. 주로 수도원 인근 산이나 들로 나가는데, 수련자들에게는 이때가 세상 공기 마시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어느 목요일 화창한 오후, 저희는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봉개동 못으로 산보를 나갔습니다.
보통 저희가 산보를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곤 합니다. 아마도 평일에 장정들 대여섯 명이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한가하게 걸어가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질 않았나 봅니다. 그것도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복장도 약간 이상하고 말입니다. 가끔은 산보를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수련자들이 은근히 제게 압력을 넣기도 합니다. 압력이라야 다른 것이 아니라 뭐를 사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모르는 체하다가도 후환이 두려워 결국 제가 항복하고 맙니다.
그날도 못에서 앉아 쉬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추억 만들기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오다 허름한 포장마차와 같은 집을 들렀습니다. 참새는 절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고 했듯이 배고픈 수련자들하고 다닐 때 절대 주전부리를 생략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반역자의 반열에 오르는 일입니다.
저희 여섯 명이 그 집에 들어갔을 때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간에는 보통 손님이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할 시간이지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해서 속으로 “이게 왠 횡젠가!” 하고 기쁘게 맞아주셨습니다. 잠시 후 저희 주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지매여, 여기 떡볶이와 오뎅 좀 주이소!” 아주머니가 “다른 것은예?” 하고 묻자 한 형제가 용감하게 “튀김도예!” 하고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뭔가 주문해야 할 것이 빠진 듯한 눈치로 “예, 알겠심더.” 하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정체파악이 안 된 듯 중간중간 저희를 훔쳐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젊은 장정 여섯 명이 남들 한창 일할 평일 오후에 한가로이 방문하여 다른 품목도 아닌 떡볶이, 오뎅, 튀김을 주문하니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시키지 않고 물과 음료수만 마시며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책임자 같은 사람이 한 사람 있는 것 보니 어디 시설에서 단체로 나온 사람들 같기도 하고, 그런데 책임자가 더 어려 보이고 참으로 감이 안 잡혔을 것입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옷은 요즘 젊은이 갖지 않게 촌스럽고 요상스럽게 입은 데다 얼굴을 보니 아이들은 아닌데 노는 꼴을 보면 마치 10대 철부지들 같고 말입니다.
마침내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음식을 두고 가시던 아주머니가 더는 못 참겠다 싶어 뒤돌아서시며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데, 멧돼지 사냥들 왔나 보지예?” 너무 뜻밖의 질문에 저희 모두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우스버서. 잠시 후 한 형제가 대답했습니다. “은지예.” 저희가 다시 물었습니다. “저희가 멧돼지 사냥꾼 같습디꺼?” 아주머니 왈, “요즘 이곳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가끔 멧돼지 사냥꾼들이 온다 아님꺼.” 이 말을 듣고 저희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윗동네 사는데, 오늘 소풍 나왔심더.” 아주머니는 “아, 그래예.” 하면서도 못내 미심쩍은 표정으로 주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아주머니로서는 도저히 저희의 정체파악이 안 되어 비슷한 시간대에 가끔 오던 멧돼지 사냥꾼들과 제일 가깝다고 판단하고 넘겨짚어 보셨던 것이리라 봅니다.
2001년 어느 목요일 오후 멧돼지 사냥 나갔던 여섯 명의 사냥꾼은 멧돼지는 못 잡고 대신 떡볶이, 오뎅, 튀김 등을 실컷 먹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다시 복음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 동화작가 전이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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