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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35. 신선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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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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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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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7

  예전에 한 지인에게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당시 성공회 대전교구장 서품식이 있었는데, 새 교구장 주교님은 주교 반지와 목걸이 십자가를 가장 싼 가격으로 맞추었다고 합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저렴한 것을 찾자, 성물 제작하는 분들이 무료로 인조 다이아몬드를 넣어 주었다고 합니다. 주교서품식도 우리 가톨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조촐했지만, 예상외로 많은 신자가 참석하여 학자가 아닌 사목자 주교의 탄생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임 주교님이 목자직을 정확히 인식하고 계신 듯해서 몹시 기뻤습니다. 저는 그분의 행동이 결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님을 믿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평소의 삶과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자는 양 떼를 위해 있습니다. 양 떼를 돌보고 섬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절대 양 떼 위에 군림하여 섬김을 받기 위해 있지 않습니다. 목자직은 종으로서 섬기는 봉사직입니다. 목자의 권위는 외적 장식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양 떼에 대한 사랑과 헌신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는 참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바입니다. 그분에게서 위임받은 목자는 양 떼의 주인이 아닙니다. 자기 양 떼가 아니라 유일하고 참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양 떼를 돌보라고 위임받은 것입니다. 따라서 목자직은 세속적 권위나 권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직무입니다. 


  신임 주교님의 처신은 바로 이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신선했고 기뻤습니다. 한국 성공회는 교세로 볼 때 가톨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소수이기에 더 깊이가 있을 수 있고, 가난하기에 더 복음적 순수성과 생명력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목마르다” 하신 예수님의 갈증을 느껴봅니다. 


(허성석, 『바닥친 영성』, 분도출판사 2019, 89-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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