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자료실

왜관성당 영성관련 게시물과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영성자료실

단상34. 논농사가 주는 교훈

profile_image
허무
|
2026.03.31 07:58
|
조회 200

  경북 왜관읍 금남리 가실성당과 분도노인마을 사이에는 2만평이 넘는 수도원 논이 펼쳐져 있습니다. 1994년부터인가 수도원에서 직접 경작해 오고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계화가 정착되지 않아 모내기와 추수 때에는 수도원의 젊은 형제들이 대거 지원을 나가 함께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도 물론 즐겨 지원을 나가 정신 없이 노동했던 상머슴이었습니다. 추수 때는 저녁기도 전에 후배들을 수도원에 돌려보내고 저와 2-3명이 남아 밤 늦게까지 콤바인이 논바닥에 떨구고 가는 40kg짜리 쌀포대를 들어 경운기에 채곡채곡 쌓아서 농장 창고에 쌓는 작업을 하며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벼가 자라 쌀이 되는 과정은 우리 영성생활을 위한 좋은 묵상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먼저 벼는 무엇보다도 농부의 땀과 정성을 먹고 자랍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듯이 세심한 관심과 보살핌이 요구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쌀은 농부의 정성과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벼는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고 그에게 자신을 송두리째 양식으로 내어줍니다. 농부와 벼의 이러한 관계는 우리에게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의 본질을 잘 가르쳐줍니다. 사랑은 자기를 내어주는 것이며 이는 동시에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신비가 아닐까 합니다. 


  한편 벼농사는 농부의 정성과 땀에만 좌우되지 않습니다. 적절한 날씨와 기온 등 자연적 조건이 동시에 갖추어져야 합니다. 농부가 아무리 정성과 땀을 쏟는다 해도 좋은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참된 결실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농부의 노력과 좋은 날씨는 풍작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영성생활에서 인간의 노력과 하느님 은총의 관계를 잘 반영해 줍니다. 영적 진보를 위한 모든 인간적 노력은 하느님의 도움 안에서만 참된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또 하느님의 은총 역시 우리의 공동협력(Synergia) 없이는 우리 안에서 발화되지 못한다는 신학적 진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영성생활과 관련해 몇 가지 교훈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첫째, 참된 영적 성숙은 우리가 다른 이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는 자기 희생과 헌신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모든 인간적 노력은 하느님의 도우심 안에서 비로소 참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신앙은 우리가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겸손한 자세와 맺은 결실에 대한 감사의 자세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입니다.


  끝으로, 논농사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농부의 땀과 정성의 결실인 쌀은 우리에게 자신을 양식으로 내어줌으로써 보답합니다. 이처럼 영적 성장, 영적 양식을 위한 우리의 고된 노력, 즉 자기와의 부단한 싸움이나 금욕적 수행은 우리에게 참된 내적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분명 우리의 내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영적 열매, 영적 쌀일 것입니다. 


379803563e1bf60f3747071d4492f8d2_1774911653_6714.jpg
379803563e1bf60f3747071d4492f8d2_1774911713_5169.jpg
379803563e1bf60f3747071d4492f8d2_1774911729_0183.JPG
379803563e1bf60f3747071d4492f8d2_1774911756_4511.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