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44. 별난 학술대회2
오후 첫 번째 발표자는 아랍어과 교수였습니다. 이슬람의 수피즘을 소개했는데 이분은 비교적 자기 시간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일이 터졌습니다. 다른 교수가 논평자로 나왔는데 논평은 안 하고 이슬람에 대해 대대적으로 소개하려 작정하고 미리 장황한 준비를 해왔고 논평 시간에 이슬람과 수피즘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논평에 배당된 시간은 5분인데 10분, 20분, 30분 계속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중간에 1분 이내로 끝내달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경고에도 알겠다는 대답만 하고 계속 준비해 온 내용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지치기 시작했고 저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소위 교수라는 사람이 본인이 뭐 하러 나왔는지도 파악 못 하고 있네. 정말 이해할 수 없군.” 하고 불평하고 말았습니다.
그 괴상한 논평을 마쳤을 때는 이미 예정시간이 많이 초과하여 전체 진행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소 지쳐있었습니다. 이때도 질의응답 시간에 그 공포의 목사님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또 많은 예리한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마자 이 팀도 바쁘다는 이유로 서둘러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오후 두 번째 발표자는 원불교의 한 여성 교무님으로 원불교 대학에서 가르치시는 분이었습니다. 발표를 위해 강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생글생글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앞에서 발표자들이 시간을 너무 많이 초과하여 사람들이 지쳐있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본인은 간략하게 하여 시간을 지키겠다고 미리 공약하더군요. 그런데 역시 준비해 온 원고를 줄줄이 읽다가 시간이 되어 결론부를 못 읽고 끝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읽을 필요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학회 자료집을 통해 벌써 논문들은 다 실려 배부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번에도 그 목사님이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리 없었습니다. 다시 비판적 질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 교무님도 바쁘셨던지 자기 순서가 끝나고 급히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이 무렵 저와 함께 간 수녀님들은 몹시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저 목사님이 마지막 발표 전에 장내를 떠나기를 기원하면서요. 수녀님들 생각에 저는 이런 자리에 경험 없는 초짜인데 곤혹스러운 질문으로 저를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자꾸 지연되면서 저의 긴장도 서서히 풀려갔습니다. 제게 할당된 시간도 점점 줄어들어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에라 잘됐다. 될 대로 돼라!” 하며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 종교 발표자들에 대한 실망도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의 발표 방법과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세 번째 발표자는 도교를 연구하는 한 대학의 교수님이었습니다. 이분은 도교의 수행법을 소개했는데, 시간이 워낙 밀려 정해진 시간을 많이 초과할 수는 없었는데 준비한 논문을 읽는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낯선 전문용어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주입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을 때, 이분 역시 이전 주자들에게 예리한 질문들을 던져 곤혹스럽게 했던 그 목사님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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