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59. 첫 봉성체 경험
16년 전 신동본당에 지원 나가 임시 본당신부 노릇을 하며 생애 첫 봉성체를 다녀왔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신동은 시골이라 본당 구역이 넓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본당신부가 한 달에 한 번 연로하고 몸이 불편하여 미사에 오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방문하여 고백성사도 주고 성체도 영해드리곤 했습니다. 저는 완전 초짜였기에 안내해주시는 분의 지시에 따라 이것을 하라면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라면 저것을 하며 순한 양처럼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그날 아홉 분을 찾아뵙고 판공성사도 드리고 성체도 영해 드렸습니다. 본당에서 최고령이신 102세 되신 할머님도 방문했는데 어찌나 정정하시고 말씀도 또박또박하시던지 부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보다도 더 정신이 맑으신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95세 되신 할머니도 방문했는데 그분은 아주 곱게 늙으신 분으로 혼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저희 일행이 방문하자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아무 쓸모도 없는데 빨리 죽어야 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다면서 한탄 조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자살도 잘 한다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매, 무신 그런 말씀을. 건강하게 오래 사이소.”
이곳 어르신들은 대개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단순하게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이분들의 마음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느끼고 그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분들의 단순하고 순박한 마음과 모습은 제가 늘 찾던 바였습니다. “내가 만약 본당신부가 된다면 가장 작은 시골 본당신부가 되고 싶다.”라던 저의 어렸을 적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던 셈입니다. 비록 임시 본당신부였지만 그래도 5주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이런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은 어릴적 제 꿈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환경의 본당신부가 되어 있으니 인생사 참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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