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58. 웃음
나와 남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것 중 웃음만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말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웃음은 남의 화와 분노를 가라앉히는 명약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웃음이란 비웃음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나 기쁨의 표현입니다.
저는 늘 심각하고 진지한 모습을 견지하며 살아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분들은 지레 겁을 먹고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곤 했습니다. 사실 과거의 제 모습은 어느 정도 이런 모습을 띠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심각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수줍어하는 내성적 성격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저는 천성상 잘 웃는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인은 제가 항상 웃기만 하니 부담 없이 농담도 하고 싶어진다고 하십니다.
2009년 12월 7일부터 2010년 1월 14일까지 지금은 교구에서 관할하는 신동 본당에 파견 나가 임시 본당신부 노릇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본당에서 수고하시는 몇몇 분의 안내로 본당관할 신나무골 성지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본당신부로서 첫 수업이었던 셈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신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 별로 없지만, 그저 잘 웃으려고 합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신부님, 때로는 화도 내셔야 합니다. 아니면 속병 나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저 혼자 병나는 게 더 낫지요. 화를 내면 여러 사람 병나게 하지요. 웃으면 적어도 남들은 기분 좋게 하지요.”
예전에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 프로가 있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웃음은 모두에게 복을 가져오고 화는 모두에게 병을 가져옵니다. 4세기 수도교부 에바그리우스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힌다.”라고 했습니다. 분노와 화는 우리 정신을 흩뜨려 순수한 기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의 일치로 나아가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선물과 웃음이라는 무기로 무장하여 사람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주고 또 순수한 기도로 나아가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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