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54. 공간
공간空間, 이 말은 들을 때마다 가슴을 확 트이게 해줍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나 자리’라는 그 일차적 의미 때문입니다. 공간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여백과도 같아 무한한 자유와 가능성을 담고 있는 개념입니다.
우리 삶에서 이런 공간이 없다면 삶은 답답하고 건조해져 우리는 숨이 막혀 마침내 질식할 것입니다. 그래서 삶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내적이든 외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동시에 마련된 공간을 활용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넉넉한 공간을 마련했다 해도 그것을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간은 자유와 가능성을 담고 있지만 그러한 자유를 창조적 자유로, 가능성을 현실로 구체화하려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16년 전 전남 화순군 춘양면에 위치한 화순수도원에 있을 때였습니다. 2010년 1월 22일 부임하여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나 면담 등을 위한 유용 공간이 없어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찌 엄두를 못내고 있었던 차에 하느님의 섭리로 원래 식당이었던 반쪽 공간을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마치고 너무 벅차고 행복한 마음에 다음과 같이 썼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읽어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며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지난 몇 개월간 외적 공간 마련을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참으로 아쉬웠던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기존 공간을 재배치하여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당이 새로 꾸며졌고, 영성 나눔을 위한 교육관도 만들어졌고, 손님을 환대를 위한 미니 접견실도 생겼습니다. 이런 공간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안배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또 하느님 섭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공간들을 잘 활용하여 각 공간에 맞는 창조적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성당에서는 마음으로부터 하느님 찬미가 이어지고, 교육관에서는 깊이 있는 영적 나눔이 이루어지며, 접견실에서는 베네딕도의 환대 정신이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공간들은 공허로 남게 될 것입니다.”
리모델링 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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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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