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50. 땅콩의 추억2
어느새 선임하사가 제 침상 앞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제 수통을 드는 순간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선임하사는 제 수통을 들어보더니 “아니 왜 이렇게 무거워, 안에 뭐가 들은 것 같은데.” 하며 수통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속에 있던 땅콩이 하나둘 침상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 잔인도 하지, 선임하사는 수통 속 땅콩을 마지막 한 알까지 흔들어 침상에 떨어뜨렸습니다. 내무반 모두의 시선이 제게로 집중되었습니다.
선임하사는 하도 기가 막히고 신기해서 제게 물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제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오늘 부모님이 면회를 오셔서….” 그리곤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랬더니 “아, 너희 부모님이 면회를 오셔서 너 혼자 먹으라고 수통에 넣어 주신 거구나.” 하며 다소 장난기 섞인 투로 말했습니다. 그 순간 온 내무반이 웃음바다로 변했습니다. 저는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여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제 큰일 났구나!” 하며 바짝 마음을 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에게 처음 있는 기상천외한 일이라 저를 혼낼 생각은 안 하고 모두가 재밌어하며 그냥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고참들은 저를 보면 “땅콩, 땅콩!” 하며 놀렸습니다. 그 후 머지않아 저는 이 별명을 마침내 ‘FM’으로 바꾸고야 말았습니다. 군대에서 ‘FM’이란 모든 면에서 칼같이 확실한 사람을 두고 부르는 긍정적 별명입니다. 이렇게 해서 ‘땅콩의 추억’을 잊어버리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일을 회상하면 웃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 아찔했던 밤 점호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바로 그 순간을. 저의 별난 성격으로 무엇보다 부모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이 아닌가 하여 더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후에 첫 휴가를 가서 이 사건을 가족들에게 말하니 모두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어머님께서는 하늘에서 이 사건을 회상하시며 웃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절대 땅콩을 ‘수통’에 넣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경험상 별로 안전한 장소가 아니더군요. 그리고 먹을 것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함께 나누어 드십시오. 그러면 절대 저 같은 낭패는 없을 것입니다. 나눔을 씩씩하게 실천하여 가문의 수치가 아니라 가문의 영광을 드러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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