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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90.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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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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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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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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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두 사막 수도승이 영적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한 수도승이 다른 수도승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수도승이 깊이 동의하는 표정입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도승의 말에서 핵심 단어‘장작’‘불’이라 하겠습니다. 장작과 불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불이 붙지 않는 장작은 땔감으론 부적합 합니다. 불이 잘 붙어야 장작으로 쓸모가 있습니다. 장작 없는 불 역시 활활 타오를 수 없습니다. 불은 장작을 통해서 피어나니 둘은 천생연분과도 같습니다. 


  장작을 우리 마음에 비유해 볼 때, 은 우리의 열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정이 없는 차가운 마음은 우리 영성생활에서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마음에 열정이 없을 때 삶은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해집니다. 열정을 상실한 마음은 수도승의 고질병 아케디아akedia(영적 무기력, 영적 태만)로 이끕니다. 이 병은 오늘날 현대인의 우울증과도 같습니다. 


  고대 수도승들은 늘 수도승생활 초기의 열정을 간직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초심자로 새롭게 시작하곤 했습니다. 6세기에서 7세기에 걸쳐서 살았던 시나이의 교부 요한 클리마쿠스는 서른 개의 단계로 된 『천국의 사다리』 첫 단계에서 현명하고 신실한 그리스도인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매일 불에 불을, 열정에 열정을, 열의에 열의를, 갈망에 갈망을 더하기를 절대 멈추지 않는 사람입니다.”(『천국의 사다리』 1,6)


  초기 열정을 간직하고 계속 키워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열정을 잃게 되고 우리 마음은 불 꺼진 싸늘한 장작처럼 식곤 합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열정으로 우리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 열정은 우리를 지치지 않고 계속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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