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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89.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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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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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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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3

  말과 행동, 존재와 삶,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두고 우리는 이중성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이중성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이런 분열된 상태 속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중성의 정도가 심할수록 우리가 느끼는 분열의 정도도 클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원래 통합된 존재였습니다. 인간의 불순종과 교만이 낳은 원죄로 인해 인간 본성은 훼손되었습니다. 이 훼손된 인간 본성을 ‘거짓 자아’(爲我)라 합니다. 이 자아는 분열된 상태로 늘 죄에 기울게 됩니다. 반면 훼손되기 이전의 인간 본성을 ‘참된 자아’(眞我)라고 하는데, 이는 통합된 인간존재를 말합니다. 


  고대 수도교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자를 흔히 ‘외적 인간’이라 하고, 후자를 ‘내적 인간’이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과제는 분열된 외적 인간에서 통합된 내적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변형의 과정이 바로 우리의 영적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선불교에서는 심우도心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라 하여 내적 각성 과정, 곧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과정을 열 가지 소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도의 과정은 종교의 차이를 넘어 공통됩니다. 이는 공통된 우리 인간 존재의 실상 때문일 것입니다. 


  거짓 자아가 지배하는 외적 인간 상태는 우리에게 거짓과 위선 속에서 분열을 체험하게 합니다. 그래서 참된 자아를 회복한 내적 인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좀체 쉽지 않습니다. 매번 우리 안에 이상과 현실, 말과 행동의 괴리를 보게 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이중성을 좁혀나가기 위해, 참된 자아를 회복한 통합된 내적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더 주님의 도우심과 자비를 구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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