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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63. 무등이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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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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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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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1

  ‘무등이’는 화순수도원에 저보다 한 달 늦게 전입신고 한 강아지 이름입니다. 광주 무등산 이름을 따 ‘무등이’라고 불리는 생후 3개월 된 삽살개였습니다. 무등이는 화순수도원에 전입 온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기보다 나이로 보나 수도원 짬밥으로 보나 훨씬 선배인 누렁이, 춘식이와도 넉살 좋게 어울릴 정도로 사교성 있고 쾌활한 녀석이었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고참인 듯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저희를 보면 즉시 달려와 앞길을 막고 성가시게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밉지 않은 개구쟁이 귀염둥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무등이에게 이상한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그 쾌활하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불러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불러도 대꾸도 하지 않고 힘없이 멀리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울증에 걸린 듯이 말입니다. 그러다 다음 날 아침 무등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형제들이 수도원 경내를 샅샅이 다 돌아보았지만 무등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엄청 큰 삽살개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순간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등이가 밤새 이렇게 큰 것이냐는 의구심이 스쳐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무등이는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걱정되었습니다. 혹시나 어디 나무 밑에 가서 죽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개는 죽을 때가 되면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어디 후미진 곳이나 나무 밑으로 가서 죽는다는 말을 들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심식사 후에 저희는 다시 ‘무등아, 무등아!’ 부르며 수도원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지만, 무등이는 통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할 수 없이 무등이가 가출했거나 어디 죽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무등이 찾기를 단념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았습니다. 


  오후 5시 30분경 수사님 한 분에게서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 수도원 현관 앞에 앉아 있는 무등이를 발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활기가 없어 분명 어디 아픈 데가 있는 것 같아 화순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실종되었던 무등이가 저희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모두 마치 잃었던 아들을 찾은 듯 기뻤습니다. 무등이와 함께 한 시간이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었나 봅니다. 


  무등이는 그 다음 날 퇴원했습니다. 무등이가 퇴원하면 다시는 가출하지 않도록 전보다 더 잘 놀아주고 더 귀여워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무등이가 돌아온 날 화순수도원 홈피에 ‘무등이의 가출’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 끝에 다음과 같이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집 나갔던 무등이가 돌아왔네, 이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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