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 웃음 짓는 소박한 정원' 문 활짝

by 포근한신사 posted Jun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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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 웃음 짓는 소박한 정원’ 문 활짝
대구 왜관본당, 성전 봉헌 50주년, 설계자 이름 딴 ‘알빈소원’ 봉헌 성전 제외 전 공간 지역민에 개방
2017. 06. 11발행 [1418호]
▲ 대구대교구 왜관본당은 새 성전 봉헌 50주년을 맞아 알빈소원을 조성해 지역민에게 개방했다. 사진은 알빈소원 한켠에 꾸며진 성모동산. 왜관본당 제공



대구대교구 왜관본당(주임 선지훈 신부)은 4일 새 성전 봉헌 50주년을 맞아 알빈소원(貧小園)을 축복하고 성전을 제외한 성당 전 공간을 지역민에게 개방했다. 알빈소원은 왜관성당 설계자 ‘알빈’ 신부(Alwin Schmid, 1904~1978,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수도명을 음차(音借)한 것으로 ‘가난한 이 웃음 짓는 소박한 정원’이라는 뜻.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와 백선기(미카엘) 칠곡군수, 신자들과 주민들 700여 명이 참여한 축복식은 알빈 신부 기념비 제막, 축복장 및 감사장 전달, 알빈소원 축복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초대 아빠스로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왜관성당 새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오도 하스 아빠스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왜관본당은 올해 본당 설립 89주년, 새 성전 축복 50주년을 맞아 알빈 신부의 성전 건축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과 어울리는 성당으로 환경을 개선해 왔다. 알빈 신부는 1958년부터 20년 동안 전국에 185개의 성당을 지으면서 교회 건축물이 주변 분위기를 압도하지 않고 일반인에게도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는 특히 도심 속에 부활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제단화로 그려 신자들이 늘 지역민과 어울리기를 염원했다.

왜관본당은 낡은 문화관 전 층을 보수해 지역민에게 문화 시설로 제공하고, 왜관수도원과 협력해 지역에 사는 이주민에게 한글 학교를 열었다. 또 옛 유치원 자리를 본당 역사관과 카페로 꾸몄다. 지난 봄부터는 담과 문을 허물고 성당 마당에 나무와 꽃을 심고 야외용 의자와 탁상을 놓아 24시간 누구나 와서 기도하고 쉴 수 있도록 알빈소원을 꾸몄다. 알빈소원은 예수동산과 성모동산으로 조성돼 있다. 이날 제막한 알빈 신부 기념비는 조광호(인천가대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신부 작품이다.

박현동 아빠스는 “왜관본당이 아름다운 알빈소원을 조성해 지역민에게 내어놓은 것은 역사와 문화를 함께해온 독일과 우리의 100년 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라면서 “이 지역 안에서 누구나 들어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왜관본당 서상희(티베리오) 총회장은 “본당 전례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문화관 시설과 알빈소원을 지역민에게 무상으로 빌려드릴 예정”이라며 “쉬고 싶을 때든 목이 마를 때든 언제든 성당에 와서 위로와 행복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임 선지훈 신부도 “하느님의 정원인 알빈소원에서 모두가 웃음 지으며 훈훈한 마음을 안고 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