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있다 | 간추린 예비자교리서

 

 

윤원진 (vianey)

제1편 신앙 고백

▒ 제1편에서는 교회가 신경으로 고백하고, 전례 안에서 기념하며, 계명과 기도의 실천으로 생활하는 신앙에 대해 알아보고 사도신경을 설명한다. 하느님을 찾는 인간(제1과),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계시(제2과), 신앙의 응답(제3과)을 살펴본 다음 사도신경을 조목조목 설명한다(제4-17과).


제1과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있다(제26-73항)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온갖 지혜와 총명을 넘치도록 주셔서 당신의 심오한 뜻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시켜 이루시려고 하느님께서 미리 세워 놓으셨던 계획대로 된 것입니다”(에페 1,8-9).


▒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인간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여,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늘 인간을 당신께로 이끌고 계시며,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진리와 행복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


1. 하느님을 향한 갈망 - 인간은 종교적 존재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하느님께서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 하는 데 있지 않다.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 계심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다만 그 하느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양, 하느님과는 무관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이 결코 하느님과 무관하게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왔으며(창세 2,7), 하느님을 향해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궁극 목표는 하느님이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와서 하느님께 돌아가는 존재이다. “주님, 주님을 향해 가도록 저희를 내셨기에, 주님 안에 쉬기까지는 저희 마음이 찹찹하지 않삽나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안에는 다양한 신앙과 종교가 있어왔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존재, 곧 종교적인 존재임을 보여 준다.


2.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있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창조된 인간에게는 하느님을 아는 길이 몇 가지 있다. 이것은 하느님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우선 창조계에 가득 찬 운동과 변화, 세상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통하여 우리는 우주의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때부터 창조물을 통하여 당신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과 같은 보이지 않는 특성을 나타내 보이셔서 인간이 보고 깨달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로마 1,20).

인간 역시 우리에게 하느님을 알게 하여 준다. 진리와 아름다움을 향해 열린 마음, 윤리적 선에 대한 감각, 자유와 양심의 소리, 무한과 행복에 대한 갈망 등으로 인간은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묻는다. 그리고 자기 영혼의 근원이 오직 하느님이심을 알게 된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은 자신 안에 스스로 최초 원인과 최종 목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도 마침도 없이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의 존재에 참여함을 드러낸다.

그런데 세상에는 하느님을 알리는 빛 말고, 하느님을 감추고 하느님의 모습을 흐리게 하는 어둠도 있다. 자연재해나 인간의 무질서한 욕망으로 빚어지는 온갖 악과 불행이 그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하느님을 “더 쉽게, 확실히, 오류 없이 알기 위해서는” 하느님 계시의 빛이 필요하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빛은, 그것을 원하는 자가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으며, 하느님의 어둠은 믿기를 거부하는 자가 구속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어둡다.” 그는 이 세상에 하느님의 모습을 밝혀 줄 만큼 충분한 빛과 함께, 하느님의 모습을 감출 만큼 충분한 어둠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느님의 계시를 거부하는 대신,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3.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계시의 완성이요 충만이다


인간의 하느님 인식은 자연이나 인간 본성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놀랍게도 인간 역사 안에 들어오시어 당신을 보여 주셨다. 이를 ‘하느님의 계시(啓示)’라 하는데, 그 시작은 옛 계약(구약)이며 그 완성은 새 계약(신약)이다.

하느님께서 인간과 맺으신 관계는 계약으로 드높여졌다.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출애 6,7; 레위 26,12). 하느님께서 이렇게 선언하신 것이다. 이 계약은 그저 물건을 사고 파는 그런 계약이 아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맺어짐인데, 마치 남자와 여자 사이에 맺어지는 혼약(婚約)과도 같다. 남편과 아내 사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의 마음속 비밀을 모두 알려 주셨다. 하느님의 계시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정점에 이른다.

이 사실은 성서에 잘 드러나 있다. 원조에게 하신 약속, 노아와 맺은 계약, 아브라함을 부르심, 야곱의 열두 아들,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심, 다윗 왕국의 건립과 패망, 바빌론 유배, 예언자들의 한결같은 희망 등, …… 마침내 인간의 배신으로도 깨질 수 없는 영원한 계약을 맺기 위해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신비로운 계획을 모두 드러내 보이셨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마지막 시대에 와서는 아들을 시켜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 성서의 이 대목을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유일한 말씀이신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으므로 우리에게 주실 다른 말씀은 없습니다. 당신 아드님 전체를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예언자들에게는 부분적으로 말씀하셨지만, 당신 아드님 안에서는 전부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유일한 말씀 안에서 모든 것을 동시에 그리고 단 한 번에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계시의 완성이시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님보다 더 완전한 계시는 없다.


▶문답


○ 인간은 왜 하느님을 찾습니까?

●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도록, 하느님에게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 본성으로나 소명으로나 종교적인 존재입니다. 하느님에게서 와서 하느님께 돌아가는 인간은 오직 하느님과 맺는 관계 안에서 자유로이 살아갈 때에만 그 삶이 충만해집니다.

○ 계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느님께서 계시를 완성하셨습니까?

● 하느님 친히 계약(구약과 신약) 안에서 인간에게 당신 자신과 당신 구원의 신비를 밝히셨으며, 우리는 이를 하느님의 계시라고 부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당신 자신을 온전히 계시하셨고, 그분 안에서 당신의 영원한 계약을 세우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성부의 결정적인 말씀이시므로, 그분 이후에 더 이상 다른 계시는 없습니다.


▶말씀/계시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더듬어 찾기만 하면 만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사도 17,27-28).

“아버지밖에는 아들을 아는 이가 없고 아들과 또 그가 아버지를 계시하려고 택한 사람들밖에는 아버지를 아는 이가 없습니다”(마태 11,27).

“성서에는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라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그 지혜를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깊은 경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통찰하십니다”(1고린 2,9-10).


▶새김/하느님의 아름다움


“땅의 아름다움에게 묻고, 바다의 아름다움에게 묻고, 드넓게 퍼져 가는 대기의 아름다움에게 묻고, 하늘의 아름다움에게 묻고 …… 이 모든 실재하는 것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모든 것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보세요.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들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고백입니다. 변화하는 이 아름다움들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이신 분이 아니면 그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 성 아우구스티노


▶기도/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얘기하고(시편 19,1-4. 7-8)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얘기하고
창공은 그 손수 하신 일을 알려 주도다.
낮은 낮에게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도다.

그 말도 이야기도 비록 소리 없어도
그 소리 온 땅으로 퍼져 나가고
그 말은 땅 끝까지 번져 가도다.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를 도와주고
주님의 법은 건실하여 둔한 자를 가르치고
주님의 계명은 올바르니 마음을 즐겁게 하고
주님의 법은 환하니 눈을 밝혀 주도다.


▒ 자연을 통해 하느님의 위대하심이 드러난다는 사실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하느님 찬미의 핵심 내용이다(시편 89,6; 97,6; 147,4-8; 창세 1장; 집회 43장; 욥 38장). 바오로 사도는 이 시편(4절)을 인용하여 하느님의 계시, 곧 구원의 진리가 온 땅으로 퍼져 나감을 증언한다(로마 10,18). 이 시편은 가톨릭 성가 477번 ‘그 소리 온 땅으로’로 노래 부를 수 있다.


2007-06-18

?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