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 대림 제2주일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태3,1-12)

요한은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 그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요한은 많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그리고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존심과 긍지로 똘똘 뭉쳐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명예와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참아 견디지 못하였습니다. 정말 가난하게 살아도 떳떳하고 살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생들을 모두 돌봐야 하고 아버지를 대신해야 하는 책임감에 버거워하던 때였습니다. 신경은 아주 날카로워져서 누가 동생들 얘기를 하기만 해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성당에 봉사를 하러 갔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수녀님에게 대들고 있었습니다. 수녀님이 야단을 치니까 동생은 억울하다고 수녀님에게 대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서 동생을 야단치며 불러 세워서 뺨을 아주 세게 때렸습니다. 감히 수녀님에게 대든다고 동생을 때린 것입니다. 동생은 형에게 잘못했다고 빌면서도 ‘저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동생의 뺨은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울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나는 수녀님에게 용서를 청했고, 수녀님은 절대로 그게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무섭게 화를 내는 바람에 또한 용서를 청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날 밤새워 괴로워하면서 가슴아파했습니다. 내 교만한 자존심이 동생을 아프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동생은 학교에서 조퇴하고 얼굴이 하얗게 되어 집에 왔습니다. 일이 터진 것입니다. 그날 뺨을 맞을 때 동생은 고막에 상처를 입었고, 그리고 중이염에 걸려 아주 심하게 앓았습니다.

 

 

   그후 변변히 지료도 받지 못한 동생은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동생들이나 나의 아이들은 나에게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먹을 것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여유 있게 가르치지도 못하면서 매를 때리고, 소리치며 야단을 치고, 내 자존심만 세우느라고 동생들과 나의 아이들은 그렇게 고생하며 자랐습니다. 벌써 32년이나 지난 옛날 얘기입니다. 나이 50이 지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존심 때문에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폭력이 생각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다른 사람을 상처 주는 짓은 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지금도 동생이나 아이들이 교직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성질이 나도 화가 나더라도 절대로 때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약간 길어서 외울 수는 없어도 이 말의 의미는 아주 많이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반기자는 촉사가 개성약석이요. 우인자는 동념이 즉시과모니 일이벽중선지로하고 일이준제악지원하나니 상거소양의리라.’(反己者는 觸事가 皆成藥石이요. 尤人者는 動念이 卽是戈矛니 一以闢衆善之路하고 一以濬諸惡之源하나니 相去宵壤矣리라.)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부딪히는 일마다 다 약이 되고,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생각마다 다 창이 되리라. 하나는 그로써 모든 선의 길을 열고, 다른 하나는 그로써 모든 악의 근원을 파거니와, 그 서로의 거리는 하늘과 땅 사이로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살펴서 반성한다면 모든 것이 내 몸에 아주 좋은 귀한 약이 되는 것이고, 남의 과실을 헐뜯고 진심으로 충고하지 않고, 책망만 한다면 위선자로서 자신을 해치는 독약을 마시는 것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남의 잘잘못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항상 내 몸을 돌이켜 보아서 잘잘못을 반성하라.’(법구경)는 말입니다. 그래서 ‘뉘우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도 용서해 주실 수 있는 권한이 없다.’(신곡)고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주님의 기도에서 먼저 용서하고 뉘우치기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회개하고 하느님나라를 맞이하라고 말합니다. 그 일이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드는 요한의 일이라고 이사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그의 겸손을 묵상하면서 헛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자신을 반성한답니다. 이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나에게 그 자존심이 무엇이기에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고 고개를 세우고, 뒷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사는지 모릅니다. 내 맘에서 평생을 붙어살고 있는 교만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는 법을 깨닫도록 주님께서 성령을 보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사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자신이 굶는 것이고,

환자들을 걱정하는 나머지 밤중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무시를 당할 때 오히려 웃음으로 관심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자기를 제일 심하게 박해한 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입니다.

                       - 성 마리아 로사 몰라스 -  


  그 무렵에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유다 광야에서 이렇게 선포하였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사야는 이렇게 말하였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200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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