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믿는 사람

by 정태영 posted Feb 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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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믿는 사람

   임종을 앞두고 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들들은 어머니가 주신 테이프를 들었다. 그 테이프 안에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그분은 오랫동안 직접 복음서를 읽어서 녹음했다. 그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남겨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분은 세상에 남은 자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녀들은 떠듬거리며 성경 말씀을 읽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어머니가 왜 그 테이프를 유산으로 남겨 주셨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오늘 복음(루카 21,5-19)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에 대해 말씀하신다. 세상 종말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은 한 마디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11월은 위령성월로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보내는 은총의 시기이다. 교회는 이 기간 동안 우리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함과 동시에 죽음을 자주 묵상하도록 권고한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히 슬픈 일이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가치를 더 깊이 깨달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빛나고 분명해지는 이치이다. 세상 종말과 심판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하느님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다.


   예수님 시대에 유다인들은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메시아를 고대했다. 그러나 예

수님은 유다인들만을 위한 구세주가 아니셨다. 또한 유다인의 기대처럼 예수님은 결코 세속적인 왕이 아니셨다. 예수님은 스스로 고난의 잔을 받아 마시고 죄인들의 발을 씻겨 주셨던 겸손의 왕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수님에게 열광했던 유다인들이 실망해서 예수님을 배척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하느님의 구원을 이루셨다. 주님의 부활은 정의가 불의를, 생명이 죽음을, 선이 악을 결국 이긴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이처럼 죽음을 넘어서는 믿음이 바로 부활 신앙이다. 부활신앙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주님은 분명하게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7-19).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