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연중 제15주일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루카10,25-37)

그때에 어떤 율법 교사가 일어서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말하였다.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느냐? 너는 어떻게 읽었느냐?”  그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옳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그 율법 교사는 자기가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예수님께,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가 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34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우리가 어려서 아기를 낳으면 제일 먼저 그 집의 어른이 금줄을 띠웁니다. 고운 짚을 골라 새끼를 꼬는데, 보통 새끼줄은 오른 손이 앞으로 나가게 비벼서 꼬는 데 금줄은 오른 손이 내 쪽으로 오도록 뒤로 당겨서 꼽니다. 그렇게 왼손 새끼줄을 꼬는 이유는 오른 손은 바르고 정갈하며 옳은 것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른 손은 하느님의 편이며, 왼손은 부정하고 더러운 것이어서 잡신이거나 악귀가 범접을 못하도록 경계하고 금하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대문에 금줄을 띠우고,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부정을 탈지 모른다고 나무나 생명을 가진 것을 죽이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방에 불을 넣어서 몸을 덥게 하고, 미역국을 많이 먹여서 피를 맑게 하고, 땀을 많이 흘려서 몸에 불순물이 없도록 한 것이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택한 부정을 막는 방법이었습니다.


  부정(不淨)은 신이나 악귀를 자극하여, 재앙과 지병을 몰고 오는 것으로 믿는 생리적 ·물리적인 오예(汚穢 : 더럽고 더러운 것)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出産), 장례(葬禮), 화재, 월경, 가축의 죽음 등이 부정하다고 하였는데 그 당사자는 물론, 그 부정에 접촉된 사람도 부정을 탄다는 이유로 기피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옛날 대궐에서는 이런 사람은 조하(朝賀)에 참례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제사(祭祀)의 경우 사람의 죽음은 30일, 출산 때는 7일 등으로 부정을 씻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기간이 지나면 기피대상에서 풀렸으나 부정의 상태에 있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경계를 하였다고 합니다. 부정한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 그 사람도 부정을 탄다는 것입니다. 출산의 부정은 사냥꾼이 가장 꺼리는데, 출산의 부정을 타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고 믿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를 낳으면 부정을 꺼려 금줄(또는 인줄)이라 하여 남아인 경우는 붉은 통고추를, 여아인 경우는 솔잎을 각각 3개씩 숯 사이사이에 끼워 걸었습니다. 아이가 홍역을 할 때도 아이에게 해가 미친다 하여 부정을 꺼려 상가에 가거나 갓 상을 당한 사람은 왕래를 삼갔습니다. 부정 탄다, 부정풀이 등은 모두 이와 관련해서 나온 말로, 사람이 죽은 집을 깨끗이 한다고 무당 ·판수를 시켜 그 악귀를 내쫓는 일을 부정풀이라 하며, 그 굿을 부정풀이 굿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려서는 우리 집에서 나를 위하여 부정풀이 굿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부정을 타서 병약하고 앓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과사전 참조)


  그러나 가장 이상한 것은 출산의 부정입니다. 출산은 생명의 탄생인데 왜 부정하게 보았을까요? 그것은 아이를 낳다가 산모들이 죽기도 하고, 또한 세균의 감염으로 아이들이 죽기도 하였으며, 산모의 태는 죽음과 직결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레위 사람이나 사제는 제사를 봉헌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정을 탈까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기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율법에 충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율법에 얽매이지 않는 사마리아 사람은 그 사람을 구하고 돌보는 데 더 충실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학식이나 재산이나, 명예 등도 필요 없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체면과 허례허식에 빠져서 선행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죽어가는 상처투성이의 강도를 만난 사람을 응급처치를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기름을 발라주어 상처를 낫게 하고, 포도주를 부어서 소독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귀한 천을 찢어 상처를 싸매줍니다. 사랑은 부정한 것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제거하고, 소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마리아 사람은 보여줍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상처를 받고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소독해주고, 부정하지 않도록 부정과 정면으로 싸워야 한답니다. 그러나 말이 나올까봐 두려워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나도 혹시나 지금까지의 명예에 손상이 가는 일이거나, 내 가족이나 동생 신부님에게 누가 될지 모르는 일은 삼갑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말썽이 생길 듯하면 피한답니다. 레위 사람이나 사제들과 같이 고고한 척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으라고 강조하는 어법을 활용하십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사랑은 반드시 어떤 규격화된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데 1004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하여서 모든 사람들이 ‘천사’라고 불러주는 대학생 우덕호(26세)씨의 얘기가 우리들을 흐뭇하게 하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그는 말만 무성한 나를 부끄럽게 한답니다.

 

  자비와 사랑으로 이웃에게 다가가기를 바라시어 그들에게 ‘가라’고 말씀하시는 주님, 저희가 언제나 이기적이고, 체면과 허례허식에 빠져서 이웃을 찾아 사랑하지 아니한 채 허송세월하였고 내 자신이 부정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이웃의 부정함을 탓하여 기피하며 멀리하고 살았나이다. 저희가 당신께서 허락하신 기름과 포도주로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해주는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저희의 교만한 옷을 찢어 이웃의 아른 상처를 싸맬 수 있도록 용기를 베풀어 주소서. 자비와 사랑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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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랑방 야고보 아저씨-


 200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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