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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따라잡기 | ||
한국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가 순교한 지 160주년이 되던 작년, 청소년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힘들고 지친 청소년들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 목마르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며 불만들을 토로할 때면, 비슷한 나이에 유학의 길을 나섰던 성인은 어떻게 그 힘든 생활을 견디어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예루살렘의 겟세마니 성당, 십자가의 길, 무덤 성당 등에서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묵묵히 사제직을 준비하는 듬직한 신학생 김대건을 떠올렸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는 청소년기 10년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다가 하늘나라에 오른 분이십니다. 요즈음 중3 정도의 나이인 15세가 되어서야 세례성사를 받았고, 곧바로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험난한 해외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만 25세를 갓 넘긴 젊은 나이에 1년여의 사제생활을 뒤로 하고 순교의 영광을 차지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야말로 지난 주 복음 말씀처럼 쟁기를 손에 대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 땅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몰두했던 분이십니다(루카 9,62 참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며,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마태 10,17)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산상설교의 행복선언에서 “사람들\”로부터 받게 될 모욕과 박해에 대해 말씀하셨고(마태 5,10-12), 마지막 날에 있을 일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증오와 멸시와 박해를 예언하시며 끝까지 잘 견디어 내면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격려의 말씀을 덧붙이십니다(마태 24,9-14).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운명적으로 “사람들\”(마태 10,17)의 박해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성인은 하느님과 교회를 배신하게 하는 어떠한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이름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으며 살다가 결국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호감 가는 종교로 인정받는 우리 시대에는 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일까요? 박해시대처럼 신자들의 인권이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사람들을 없지만, 참다운 생명의 길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 신앙이 제시하는 생명의 길을 외면하게 하는 내면의 방해자를 더 조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땀 흘리며 노력하기보다는 손쉬운 횡재를 꿈꾸는 세상의 흐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급기야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소위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의 편리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신앙의 길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대축일을 맞아 성인의 젊음을 청합시다. 세상의 “미움\”을 극복하고 이 땅에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을 모읍시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 김영국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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