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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교리요? 그거 일없습니다! | ||
얼마 전 ‘북한의 주체사상이 추종자 규모에 있어서 세계 10대 종교에 속한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있었듯이 북한에서 신앙생활에 가까운 삶을 살다가 이 곳에 온 새터민들에게 종교를 설명한다는 것에 다소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어느 날 세례를 위해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는 한 새터민 자매를 만난 적이 있다. “이번 주에는 무엇에 대해 배웠느냐?”고 물으니 삼위일체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그 내용 어렵지 않았느냐고 하자 놀라운 답변을 하였다. “삼위일체 교리요? 그거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 가만 듣다 보니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어려서부터 들었던 수령, 당, 인민의 관계와 같단 말임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하느님, 예수님, 성령이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 우리에게 오셨듯, 주체사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수령(아버지), 당(어머니), 인민 모두가 하나여야 한다는 것과 같단 말입니다…. 근데 훗날에 북한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설명하다가는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하나도 없슴다. 북한에서 사는 삶 자체가 종교적인 삶이기에 거기에 비춰서 설명해야 한단 말임다.” 필자는 매주일 ‘하나원\’에 가서 천주교에 관심 있는 교육생들과 만나 천주교와 교리를 설명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한 번은 주교회의라는 기구를 설명을 하자, 한 교육생이 무릎을 치더니 “아! 거 북한 조직과 딱 같슴다… 말하자면 주교회의라는 것은 북한의 중앙당이고 교구라는 것은 도당을 말하는 것이군요. 주교회의라는 천주교 중앙당 밑에 15개 도당의 성격인 교구가 있구만요…. 그렇다면 우리가 나중에 집 받아 나가면 중앙당에서 도당으로 연락해 줍니까…?” 북한복음화를 준비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 때, 새터민들이야말로 북한복음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중요한 ‘ 거들 짝’ 임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들이다. 그 거들 짝들이 지금 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천주교에 대해 어떤 느낌들을 갖고 있을까? 용기 내어 천주교를 찾아 갔다가 아무도 아는 척해 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느끼고 돌아오는 이들, 잘못된 전화라도 걸려오면 좋겠다면서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그들이 과연 훗날에 가족들을 만나게 될 때 천주교를 뭐라고 설명할까? 가끔씩 이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주님께서는 통일을 이루어 주시기 전에 미리 통일 사회를 살아보며 준비하라고 새터민들을 우리 곁에 보내 주셨다. 이제는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 새터민이라는 신분을 창피해 하기보다는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 교회에 머문다면 복음화의 길은 훨씬 빨라지고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 이선중 로마나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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