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주님 승천 대축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강복하시면서 하늘로 올라가셨다>

(루카24,46ㄴ-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그리고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부활 후 40일이 되는 날이 목욕일이었기 때문에  승천대축일은 늘 목요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주일로 이동되었기 때문에 부활 주일 후 43일이 되는 주일에 주님승천대축일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침 일찍일어나 미사에 참례하고 학교에 등교했습니다. 시골에서 새벽 6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 집에서 적어도 새벽 4시에 학교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가로등도 없던 시절 집에서 성당까지는 약 9km나 되는 거리였기 때문에 부지런히 가야 제시간에 미사에 참례할 수 있습니다. 공심제는 3시간이었으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새벽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부지런히 집을 나서서 가는 길은 매일 다니던 길이기에 힘들거나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열세 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에게는 참 어려운 승천대축이었습니다. 주일과 파공대축일에는 반드시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는 교회법이 지엄하였기 때문에 아무리 컴컴하여 무섭다 하여도 미사에 꼭 참례해야만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녁에 공소에 모여서 공소예절을 하였지만 읍내 학교에 다니는 나만은 새벽미사에 참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물러가려면 멀은 새벽길을 비추는 별을 헤아리며 이 십리 길을 가노라면 찬공기를 타고오는 신선한 오월의 향기가 코끝에 스쳤습니다. 밤잠을 설친 새들이 선잠을 깨었는지 놀라서 우지짖고, 동네 어귀에서 개짖는 소리들리고 수탉 울음소리가 어둠을 재촉하면, 동네 아저씨들이 하나 둘 부지런히 논으로 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미사 중에 먼동이 여명으로 밝아올 때면 부활하시고 승천하시는 주님을 정말 만나뵙는 듯 기뻤습니다. 그것은 새벽 별의 인도로 주님의 승천 길을 밝혀 주시는 것만 같았고, 뽀얀 새벽안개 거치자 멀리 산등성이를 타고 다가오는 여명이 승천하신 주님의 광채가 내게로 비추는 듯 하였습니다. 가끔 논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쟁쟁하여 합창단으로 화음을 이루어 주님을 찬미하는 듯 하였지요. 그렇게 어릴적 그 시절 주님 승천대축일 미사가 아름다웠고 평일에 드리는 새벽 미사는 신비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나이는 비록 어렸지만 무섭지도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으며 하루 종일 굶고 허기져서 저녁 때 집으로 돌아올 때는 금방 쓰러질 듯 배가 고팠지만 웬지모르는 행복감에 젖는 듯 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그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 신앙의 좌표가 어떤지 자주 반성합니다.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 ‘참 맑고 좋은 생각’에는 ‘보조기구’라는 제목의 아주 짤막한 글이 있습니다. 나는 주님의 승천대축일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여러 번 읽고 묵상해 보았습니다.

 

  보조기구


악마네의 <인간말종연구소>에서 최근
‘인간을 간단히 망하게 하는
보조기구 5’를 내 놓았다.

 

(정 많은 안경)
정이란 지극히 인간다운 것이나
지나치면 판단력이 무너진다.
이 정 많은 안경은 또한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아첨 귀마개)
어떠한 경우이건 싫은 소리는 못 듣게 하고
좋다는 소리만 확성(擴聲) 시켜준다.


(속성신발)
현대 인간들은 빠른 것을 좋아 한다.
속성 사진, 속성 요리, 속성 데이트...
이 신발을 신으면 더욱 안달케 되어
1분 먼저 가려다 평생을 중단시켜버리게도 된다.


(귀찮음의 덫)
이 덫은 편안함을 쫒는 인간들을 낚을 수 있다.
귀찮고, 귀찮고 귀찮아서
나중에는 귀찮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가벼운 방석)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한다.
옆 인간 몫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시도 한 자리에 있게 하지 않아서
늘 시작만 하지 끝을 맺지 못한다.


   주님께서는 오늘 승천하시면서 회개를 위한 복음 선포에 모든 사람들이 앞장서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서로 사랑으로 일치하고 주님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부활하신 모든 것에 우리들이 증인이 되도록 명령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악마의 인간 타락계획에 삐져서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나의 신앙도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승천하신 주님을 본 제자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주님을 찬미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의 신앙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겁이 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나를 이끌어 주님의 승천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기뻐하는 믿음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승천하시어 저희들의 가슴 속에 살아계시는 주님!
저희는 당신께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계획대로 구원하는 일에 헌신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잊고 살고 있나이다. 세상의 온갖 유혹에 빠져  파멸의 길을 걷고 있사오니 세상적인 욕심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가벼워져서 날마다 승천하는 삶을 살게 하시고 언제나 주님의 사랑과
은총의 섭리하심에 저희를 맡겨 드리오니 성령으로 이끌어주시어 승천하게 하소서. 자비와 사랑의 주님!!



200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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