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주일학교 초등부 교리 시간에 우리반 학생들과 기도문 퍼즐 맞추기 놀이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책에 있는 영광송을 큰 소리로 세 번씩 읽은 후, 책을 덮고 나눠 준 예쁜 색지에 기도문을 차례대로 붙여보세요. 책을 다시 펴서 보거나, 옆 친구가 하는 것을 보면 안 되요~” 하고 색지와 풀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잠시 후, 갑자기 학생 두 명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야~ 보지 마라~” “내가 언제! 니가 먼저 내꺼 봤잖아~” 하며 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제 얼굴을 보더니 두 녀석 다 입을 맞춘 듯 “얘가 먼저 제꺼 봤어요!” 하고 이릅니다. 제가 보기엔 둘 다 서로의 것을 보았음이 틀림없는데... “이제부터는 서로 보기 없어요~” 하면서 돌아서는데 괜히 씁쓸했습니다. 순수한 이 어린아이들도 자기보다는 남의 잘못을 먼저 탓하는데 나는 얼마나 더 할까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심판하려는 무리들이 예수님의 판결을 기다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혀 잠시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시다가 재촉하는 그들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떠나자 여인에게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십니다. 주님 앞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를 단죄하려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죄를 뉘우칠 때까지 침묵하며 기다려 주시고, 다른 이의 잘못을 감히 심판하려는 못난 우리에게 우리도 죄인임을 스스로 깨닫게 해 주시고, 그런 우리를 결국엔 자비로이 용서해 주시려고 세상에 오셨습니다. 은혜로운 회개의 때가 끝나갑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꼬집기보다는 내 잘못을 먼저 뉘우치고,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 (야고 2, 13) 라는 말씀처럼 주님의 한없는 자비를 닮을 수 있는 우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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