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 정태영 posted Feb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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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소주병' 전문 -


자식에게 사랑을 다 부어주고
빈 소주병처럼 쓸쓸히 쪼그려 앉은 늙은 아버지.
넉넉하던 등이 비록 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당신 등에 한없이 기대고 싶습니다.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