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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심 / 손택수
차심이라는 말이 있지 찻잔을 닦지 않아 물이끼가 끼었나 했더니 차심으로 찻잔을 길들이는 거라 했지 가마 속에서 흙과 유약이 다툴 때 그릇에 잔금이 생겨요 뜨거운 찻물이 금 속을 파고들어가 그릇색이 점점 바뀌는 겁니다 차심 박힌 그릇의 금은 병균도 막아주고 그릇을 더 단단하게 조여준다고...... 불가마 속의 고통을 다스리는 차심, 그게 차의 마음이라는 말처럼 들렸지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은 잔에선 차심만 우려도 차맛이 난다는데 갈라진 너와 나 사이에도 그런 빛깔을 우릴 수 있다면 아픈 금 속으로 찻물을 내리면서 금마저 몸의 일부인 양
시작 메모 / 존재는 균열을 통해서 드러난다. 하나가 되고 싶으나 하나가 될 수 없는 현존의 고통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그리움이 은유의 정신역학이다.
-『문학사상』(2014년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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