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by 정태영 posted Jan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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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싸움닭처럼 살 수밖에 없는 농촌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요즈음 우리 동네는 온통 파랗다. 하늘이 파랗고 산과 들도 온통 푸르다. 아이들에게서 풍기는 파릇파릇함이 동네 길가에서 돋보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귀농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초등학교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 동네는 마을 앞으로 냇물이 흐르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동네다. 한 줄기는 백두대간의 대야산이 우뚝 서 있고 그 줄기의 산들이 파란색 병풍이 되어 에워싸고 있는 산골짜기다. 파란 산들을 둘러보다 보면 산이 하얀 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석산업자가 채석을 해 가고 복구하지 않은 채 방치한 아픈 모습이다. 그나마 하얗게 드러난 산이 그만 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피나는 싸움이 덕분이다. 자연은 자연대로 훼손되어 가고 지역 주민들은 농부들과 채석장 인부들로 양분되어 동화되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괴산군에서 채석을 재허가한다는 정보를 접한 주민들은 “우리들의 산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쳤다. 관청의 공무원들과 사업자가 자연을 돈벌이로 보는 데 맞서 농사를 뒤로 밀어 두고 아스팔트길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한 손을 움켜지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복구 작업은 안 된 상태지만 더 이상 파들어 가지 않고 있다. 산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의 치유능력에 힘입어 되살아나길 바란다.

   속리산 국립공원은 산골짜기면서 남한강의 최상류로 도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선유동·화양동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그 곳에 온천을 만들겠다고 업자들이 기계를 앞세우고 들어왔다. 한 달 가까이를 길 위에서 숙식하며 싸운 덕에 법정에서 자연보존에 뜻이 있는 우리의 손을 들어 줘 파괴 직전에 있던 우리의 땅과 물을 지킬 수 있었다.

   현재 성업중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이 있는데 그 곳에서 비가 오면 상습적으로 오폐수를 방류하는 현장을 포착했다. 수련원은 처음 공사할 때부터 무단방류 체계로 설계와 공사를 했다. 그 시설을 모두 파내어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자 그것을 시인하고 시정할 것을 약속했다.

   귀농할 때는 단순히 땅만 파고 씨 뿌리고 수확하고 가꾸면서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내가 귀농하고 유기생명농업을 하는 이유를 지켜 나가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모든 것에 대항할 것이다. 하느님이 주신 자연을 감사하게 누리며 살고 가꾸어 우리 아이들도 내가 누린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존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신순재 아나다시아·가톨릭농민회 청주교구 연합회 감사


2007-08-22